39세 유부남입니다.

차는커녕 면허도 안 따려고 했었는데, 아내의 배란기 계산 실패로 인한 2세 탄생을 계기로 차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면허 딴지는 이제 겨우 두 달 됐습니다.

여러모로 쪼랩이라는 뜻이죠.

4월2일 김포 매매단지에서 최경학 차장님과 함께 12년식 싼타페 계약하고 왔습니다.

차 이름은 아직 안 지어줬는데 싼돌이나 싼미구엘 둘 중에 하나를 하려고 합니다.

예.

아무래도 차량 구입이 처음이다보니, 중고차를 사려고 마음을 먹은 이후에도 호구잡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동대문에 힙합 바지 사러 갔다가 삐끼한테 잡혀서 이상한 핏감의 정장을 사고, 용산에 CD플레이어를 사러 갔다가 유행 지난 워크맨을 강매당해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돌아왔던 저로서는 근원적인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한동안 인터넷과 유튜브로 공부를 하던 중에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라는 신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블로그 후기를 몇 개 읽어보니 대부분 수수료 값 이상은 한다고 하더라고요.

업체가 마이마부랑 몇 개 더 있었는데 마이마부라는 이름이 뭔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네이밍과 힙합적 라임은 꽤나 중요한 거니까요.

엔카에서 고심 끝에 고른 후보 세 녀석을 카톡으로 보내드렸고, 그 중에서 매니저님이 추천을 해주신 녀석으로 진행을 하다가 아뿔싸, 다른 분한테 먼저 팔려버렸습니다.

보는 눈은 다 비슷한가봐요.

그래서 2기 후보생 세 놈을 보내드렸고, 그 중에서 또 골라주셔서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후보 차량을 고르는 정도의 수고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이마부에서 호호 불어서 알아서 떠먹여줍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지다가, 오랜만에 시키는대로만 하니까 참 편하더군요.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순수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으흐흐.

방문 날짜를 정하고 김포 매매단지에서 매니저님을 만났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쪼랩 일반인들은 중고차 매매단지를 눈 뜨고도 코 베이고 귀 베이는 곳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 알아보고 간다고 해도 전문가 앞에서는 쫄릴 수밖에 없는데, 마이마부 매니저님이 옆에 떡 붙어 계시니까 싸움 잘하는 동네 형과 함께 하는 기분었습니다.

30~40분 정도 꼼꼼하게 점검을 해주셨습니다.

마치 군대에서 첫 휴가 나온 아들래미가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닌지 좌우로 몸을 돌려가며 확인하시는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 같아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창문에 새끼손톱 만한 균열이 생긴 것과 왼쪽 하향등이 나간 것을 발견해주셨고, 딜러님께 말씀드려서 수리를 마치고 차를 받았습니다.

저 혼자 갔으면 당연히 둘 다 발견을 못했겠지요.

그리고 소 뒷걸음치다가 쥐 밟는 격으로 어찌저찌 발견을 했다고 해도 소심해서 말도 못했을 겁니다.

다행히 차도 좋고 딜러님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한가지 덧붙이자면 김포 중고차 매매단지 자체가 굉장히 깔끔하고 젠틀한 느낌입니다.

2번 방문해본 결과, 제가 생각했던 90년대 용산 던전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호객행위는커녕 건물에서 사람 발견하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저는 솔직히 마이마부와 동행하는 것을 딜러님들이 싫어하실줄 알았는데, 제가 계약한 딜러님은 오히려 전문가가 옆에 붙어서 진행을 해주시니 훨씬 편하다고 하시네요.

통수의 통수가 당연시 되고, 피해자가 오히려 조롱을 받기도 하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서로서로 믿음을 주고 공생을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러니 제가 피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렇게 후기도 쓰지요.

사람이 먼저요, 이게 나라다.

결론 : 7만7천원이 아깝지 않았다.